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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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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14
"국회의원이 장관 하는 건 삼권분립 위반"
주간조선 2025년 7월 13일


지난 7월 8일 성균관대학교 미래정책연구원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개헌과 정치제도 개혁’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 컨퍼런스를 열었다.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정치와 권력은 동의어가 아니다. 사실 권력이라는 것도 공동의 합의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도 권력의 출처를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한국인들은 정치를 권력투쟁 자체로 인식해 왔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그 연장선이었다. 계엄은 실질적 권력자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 정당한 정치행위라고 오인했기 때문에 벌어졌다. 권력은 정치를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정치는 가능한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국민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 이를 설계하는 것은 결국 정치제도와 헌법이다. 1987년 체제가 오래된 만큼, 그 개혁을 논하는 목소리도 오래됐다. 계엄이 닥치자 개헌이 다시 화두가 됐지만, 보궐대선이 끝나고 헌정위기가 일단락되자 개헌 논의도 잠잠해졌다.
그래도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답을 실현하려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지난 7월 8일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원장 성재호)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개헌과 정치제도 개혁'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정치학·법학자들, 언론계, 정치계 인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세션 1에서는 정치제도 개혁, 세션 2에서는 사법제도 개혁, 세션 3에서는 권력분산 방안이 주제였다. 주간조선은 이날 라운드테이블의 첫 번째, 세 번째 세션을 주로 취재했다.
"의원·장관 겸직 금지, 중간평가 총선"
세션 1은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열렸다. 윤왕희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국회와 정당 개혁의 조건과 전략'을 발표했다. 윤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 정치가 '수직적 책임성' 확보에만 치중해 '수평적 책임성'을 확보하는 데는 취약했다고 진단했다. 1987년 헌법이 직접선거를 통한 권력창출에 집중했지만, 의회나 정당 같은 대의제 정치기구의 제도적 작동에는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거 민주주의는 구현했지만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과제라는 의미로, 특히 한국이 산업화를 겪으며 행정부의 권력이 비대해졌다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윤 연구원은 권력 구조 차원의 접근 방안부터 제시했다. 첫 번째로 제시한 것은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금지'다. 그는 "이상적으로는 국회의원을 겸하는 장관들이 당의 요구나 선호를 행정부에 투입해야겠지만, 그동안 거꾸로 갔다"며 "입법부가 행정부를 겸직하는 것이 권력 분립 원리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폐지'. 실제 대통령제 국가에서 정부가 법률안 제출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세 번째로 꼽은 것은 '예산과 관련한 국회의 실질적 권한 강화'다. 윤 연구원은 입법기관인 의회가 예산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것은 '행정입법에 관한 국회의 통제 강화'다. 윤 연구원은 "입법 과정 없이 시행령을 통하면 국회와의 정치적 소통이나 상호작용을 일부러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극단적 대립 양상의 국회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폐지, 대정부질문 제도 폐지,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 상임위 중심주의 내실화 등을 제시했다. 법률안 국민발안제, 시민 숙의기구 등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일부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윤 연구원은 국회의원 선거제도 역시 개혁해야 한다고 봤다.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단축한다는 전제하에, 총선을 대선과 함께 치르고 2년 뒤 중간선거 총선을 한 번 더 치르자고 주장했다. 2년마다 절반씩을 선출하는 것으로, 현재의 미국 하원 선거와 유사하다. 지역구는 인접한 2개 선거구를 1개로 병합하고, 127석씩 2년마다 지역구 의원 2명 중 1명을 뽑는다. 비례대표 46석은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해 매 선거마다 뽑는다. 후보자에 대한 선호 순위를 매기는 '순위형 기표(선호투표제)'로 투표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도 했다. 정당제도 개혁 측면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를 통한 정당 경선 법제화, 국고보조금을 폐지하되 정당 하부조직을 허용하고 후원회를 통한 자금조달도 가능하게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발제 이후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국회의원들이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많다"면서도 "오히려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할 때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한다고도 한다"고 했다. 그는 "다음번 내 선거를 위해서라도 대통령 눈치를 덜 보고 소신껏 행동한다는 이야기를 우리(의원들)끼리 많이 한다"며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을 분리하는 게 행정부 견제에 유리할 것인지는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정당 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우리 정당 공천이 너무 밀실에서 이뤄지는데, 모든 정당이 지도부가 되면 공천 자료를 파기한다"며 "노하우나 데이터가 쌓이기 어려워 공천이 발전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양당제, 상대 실수만 기다리는 체제"
배성규 조선일보 정치에디터는 오늘날 한국 정치 극단화 양상을 '대화의 부재'로 진단했다. 배 에디터는 "국회 상임위든 본회의든, 예전에는 싸우더라도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딜'을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며 "아예 대화를 끊어버리니 민주적 대화나 토론, 결정이 안 되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원인으로는 대통령 권력의 여당 지배, 그리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입법권에 의한 행정부 무력화를 모두 꼽았다. 그는 "미국도 상임위에서 전문가적 법안 심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우리는 위원장이나 간사를 '전사'처럼 키워 싸움터로 만들어버린다"며 "법안을 상임위에서 심도 있게 심사하는 제안은 좋은 제안"이라고 평했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 특유의 독점적 양당 체제가 갈등은 심화하는 반면 '성과 경쟁'은 약화시킨다고 봤다. 그는 "내가 뭔가를 잘해서 선거를 이기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내 차례가 온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며 "상대의 실수에 편승해 노력을 덜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3법의 개정을 통해 다당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조영호 서강대 교수는 '87년 체제가 문제'라는 명제에 의문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체제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이를 지키려는 양대 정당이 이를 수용하고 계승할 의사가 별로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민주화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채우는 가치 규범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시민의회나 교육 차원에서 교양으로서 정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고도 봤다. 그는 "헌법이나 우리가 가진 정치 질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학선 한국외대 교수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에 관해 "미국도 정부가 법률안을 만들고 의원에게 부탁해 발의하는 '우회 입법'이 많다"며 "굳이 폐지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대선과 총선 임기를 맞추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도 임기를 못 마친 대통령이 2명이나 있다"며 "이런 유고 시 선거 주기를 조정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대결 정치, 일시적 교착상태 아니다"
세션 3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열렸다. 김정현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한국형 대통령제의 개헌 필요성 및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현행 헌법상 5년 단임제의 문제를 크게 네 가지로 짚었다. 먼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그는 "대통령은 헌법상 권한 외에도 인사권·예산권에서 파생되는 유·무형의 권력, 여당 장악을 통한 국회 영향력을 막대하게 갖고 있다"며 "공공기관 유관 단체, 조직적 관변 단체 등을 통해 한국 사회 전반에 대통령의 영향력을 전파한다"고 꼬집었다. '인사 참사'가 반복되는 데 대해서도,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없는 구조가 인사 검증 시스템의 작동 불능을 야기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두 번째로 꼽은 '대통령의 무능'이 미래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회가 다원화되고 복잡화되며 최고지도자 1인이 만기친람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인재들이 더 이상 공공 영역에 몰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또 "집권 초반에 적극적으로 국정 과제를 추진하려 하겠지만, 공무원들이 전임 정권의 성과와 주요 사업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경험한 까닭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국가적 과제는 우선순위에서 미루고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게 되고, 5년 단임제는 이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의 권력 충돌', 그리고 이것이 추동하는 '갈등 심화'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김 교수는 "1987년 개헌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처음 등장했을 때(1988년 13대 국회)는 국회 권한을 정상화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권한 충돌이 강해졌다고 본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대통령과 국회가 상호 간 탄핵 소추권과 법률안 거부권을 남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윤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총 42건의 거부권 행사가 있었고, 탄핵소추 의결 13건, 발의는 31건 있었다"며 "제도적 '자제'와 관행들이 모두 무시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사청문회도 요식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임명한 것이 16건, 박근혜 정부에서는 11건에 불과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25건으로 늘었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임기를 절반 남겨놓고 35건에 달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갈등의 정치가 심해지고 대통령제란 승자독식 구조가 맞물리며 지역·세대·성별로 갈등의 전선이 확대됐다고 봤다. 그는 "이를 일시적 정치적 교착 상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며 "반복적으로 헌정 체제를 마비시키고 대통령 파면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제도적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유사한 문제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봤다. 다만 내각제로의 전환에는 비관적이었다. 그는 "한국이 명실상부 선진국인데, 선진국 가운데 정부 형태를 변경하는 나라는 없다"며 "브라질도 우리(2공화국)와 유사하게 의원내각제로 전환했지만 다시 대통령제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렇다고 4년 중임제가 대통령제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는다고 봤다. 총리와 권력을 분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도, 대통령의 의회 해산권이나 의회의 불신임권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의 대안은 절충적이었다. 대통령제를 운영하며 축적된 우리 헌정의 경험이 중요한 자산이라고 봤다. 일단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변경하되 결선투표를 도입해 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한다. 다만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지 못하더라도 1위 투표자가 45% 이상 득표하고 2위와 15%포인트 이상 격차가 날 때는 예외로 한다. 국무총리에 대한 의회의 추천권은 보장하되, 총리는 예산처, 인사처, 법제처를 관장하며 예산권, 인사권, 입법권을 부여한다. 총선 선거주기를 조정해 집권 초반 총선에서 절반을, 중간선거에서 나머지 절반을 선출하는 것이다. 중간선거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야당이 총리 등 내각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결국 여야 인사권 배분을 통한 협치를 모색하자는 취지다.
"다당제 되면 '여소야대' 고민은 사라져"
토론자로 나선 김종민 무소속 의원은 "본인이 개헌특위, 정개특위, 법사위에서 한 번씩 다뤄본 이야기"라며 "다 좋은 이야기들인데 왜 (실현이) 안 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혁을 실현하는 추진 전략을 고민할 때라는 것이다. 그는 "개헌은 주권자의 결정 사항이지 대표자나 대리자의 결정 사항이 아니다"라며 "민주공화국 기본 뿌리를 결정하는 중대한 결정인데, 주권자의 개입 여지와 방법을 정교하게 만들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직 의원인 김 의원은 '2년 주기 선거'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았다. 그는 "2년에 한 번 선거를 하면 국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국민소환제를 대체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음선필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국무총리 추천권에 대해 "임기 중간에 여소야대가 되면 총리를 다시 한번 추천해야 할 텐데, 차라리 부통령제를 더 발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말했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우리 헌법이 굉장히 훌륭하다, 헌정이 무너진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우리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데 정치가 많이 기여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 주기가 지나치게 잦아 그 자체가 정치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봤다. 그는 "대통령 임기를 4년 주기로 바꾸고, 대통령 궐위 시에도 선거 주기가 고정되도록 잔여임기제나 부통령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국무총리 추천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권한을 국회와 지방정부로 분산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 대표성을 확충하기 위해 양원제를 도입해 저출생 고령화, 지방 소멸에 대응할 것도 촉구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현행 헌법을 조금 고쳐 쓰는 게 옳다. 올해 안에 우리 국회가 개헌 논의에 착수하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는 "1987년 10월 29일 (마지막 개헌) 국민투표에 참여했던 국민이 지금 얼마나 남아있겠는가"라며 "결국 어느 순간 국민들이 헌법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때가 오는데 그것이 작년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이 개헌의 시점은 아니라고 봤다. 개헌의 논의 방식 탓이다. 그는 "개헌 이야기는 다 '좋기' 마련이고, 이를 포장해 어떤 권력자가 추진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며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개헌안 준비 당시, 이익단체를 찾아가 '헌법에 한 줄 넣어줄게'라는 식으로 거래 같은 것이 벌어지더라"고 꼬집었다.
이선우 전북대 교수는 "대통령제는 근본적으로 여소야대 가능성이 있는 제도기 때문에, 선거 주기를 일치시키자고만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는 사실 양당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논쟁"이라고 했다. 우리 양당체제를 다당제로 전환할 수 있다면, '여소야대'가 아니라 '여당이 어떤 군소정당과 연합해 다수파를 형성하는가'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통령의 과도한 인사권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법률에 근거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적게는 3000개, 많게는 1만8000개"라며 "전리품 전쟁으로 정치과정이 변형되니, 헌법적 인사권은 개헌사항이지만 법률적·관행적 인사권도 조속히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